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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 → 요렇게!

지원 직무와 상관없이, 학업 이외에~

‘지원 직무와 상관없이! 본인이 자발적으로 관심과 열정을 갖고 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것과 이유를 쓰시오.’ 

많은 기업 자소서에서 보이는 문항 중 하나다. 동시에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질문 중 하나다. 
(난 이게 제일 쉬운 질문 같은데… 열정 갖고 했던 일은 많으니까..) 그래서 왜 어려운지 물었다.  

학생: 최근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아요. 적어도 대학교 3학년 이후. 직무랑 어떻게든 엮어서 끼워 맞춰야 하겠죠? 합격한 자소서 보면 다 이런 틀 속에서 쓴 것 같아요. 또 친구들과 스터디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직무와 엇나가는 이야기 있으면 고치라고 피드백하고 있어요. 

내 생각: 왜 최근 이야기만 써? 이런 질문은 열어 놓고 생각해야지. 문제에도 써 있잖아, ‘직무와 상관없이!'. 왜 저런 말을 넣었을까... 억지로 본인 스토리를 직무와 엮다 보면 쓰는 사람도 힘들지만, 그걸 읽는 사람을 얼마나 힘들겠어. 다 비슷한 소리 투성일텐데. 그러니까 직무 상관없이 ‘네 인생 스토리를 들려줘! 너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 봐!’ 이렇게 묻는 거야.  

합격 자소서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1000자라는 틀에, 직무 관련성 있게 우겨 넣어야 한다는 틀에서 빠져나오자. 제발. 
그럼 많은 것이 보이고, 더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소서도 글이다.  


백번 말해봤자 잘 안와닿을 테니. 
역시나 실제 사례로 살펴보는것이 최고.. 
자글에 첨삭을 부탁한 2019 상반기 취준생의 글 中 3개. 

▶ 1. 학업 이외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했던 다양한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주세요. (800자) 

학원에서 일할 때 영어 강사를 타깃으로 학원에서 만든 자료를 판매하기 위해 커뮤니티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제 역할은 카페를 관리하고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 타커뮤니티에 포스팅하는 것이었습니다. 체험용 샘플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링크를 걸어 카페 방문과 가입을 유도했습니다. 중간고사 시즌을 노려 하루에 3~40개의 홍보글을 공유해 한 달 만에 1500명의 회원수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이용객이 홍보용 무료 자료만 받고, 유료 콘텐츠 구매를 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료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자는 목표로 다른 대책을 세웠습니다.  

넷플릭스의 한 달 무료 이용으로 다수 고객을 모객한 후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을 참고했습니다. 사례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두터운 팬심이 정기 구독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기말고사 시즌권 판매를 한 달 앞두고, 핵심 자료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전환했습니다. 실제 사례가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원내 학생 중 내신 영어 고득점자를 섭외해 공부 비법 동영상을 제작하여 카페 메인에 올렸습니다. 시즌권 얼리버드 10%할인 이벤트로 미리 유료 서비스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구매를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약 60명의 기존 고객, 14명의 신규 고객에게 기말고사 시즌권을 판매했고 24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전략은 더 나은 것을 향한 고민을 통해 창출될 수 있었습니다. OO홈쇼핑에서도 정체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겠습니다. 

▶ 2. 지원직무와는 별개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자유롭게 작성해 주세요. (1000자) 

5년 전부터 매년 빈티지 의류 판매를 위해 지역 플리마켓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찰제가 익숙한 저는, 흥정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노하우가 부족할 때는 깐깐한 고객을 만나면 손해를 보며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고른 의류를 판매하며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고, 고객과 면대 면으로 소통하는 것에 신선함을 느껴 매년 참가합니다.  

약 400명의 유사 카테고리 판매자가 몰리는 마켓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때문에 빈티지 의류의 경우 한 벌당 3천원 이하로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저 역시 가격 경쟁을 위해 고객의 흥정에 모두 응하며 한 벌 당 500~1500원에 판매했고 2시간 만에 완판했으나 생각보다 적은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성비를 생각하는 4-50대 주부 손님 대신, 빈티지 의류의 가치에 공감하고 높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1020 여성 손님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점을 활용해 빈티지 감성을 시각화하여 전달할 매개체로 "필름 사진엽서"를 선정했습니다. 직접 촬영한 여행 사진으로 5가지 버전의 엽서를 제작해 구매 고객에게 증정했습니다. 또한 상품성이 높은 의류는 직접 코디네이트 한 착장을 촬영하고 프린트해 의류 옆에 함께 배치했습니다. 차별화된 진열로 손님의 눈길을 끌 수 있었고, 코디를 제안해 고객의 망설임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처럼 목청 높여 호객을 하지도, 억지로 가격을 낮춰 부르지도 않았지만 한 벌 당 평균 6천원의 판매가로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남다른 안목을 반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고, 접목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플랫폼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차별화된 상품 소싱이 어려운 이커머스 시장 환경에서 MD의 상품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플리마켓에서처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으로 고객의 요구에 응답하겠습니다.  

▶ 3. 지원직무와는 별개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자유롭게 작성해 주세요. (1000자) 

대학교 2학년 때, 케이팝 스타 시즌4 오디션에 참가했었습니다. 노래를 즐겨서 학창시절부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나가겠다고 말하곤 했었습니다. 막상 신청하려니 부족한 실력이 걸려 고민하던 차에, 뜻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함께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보컬 수업까지 들으며 준비했으나 실력자들 틈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관계없이 무모한 도전을 현실화해 가는 과정이 즐거웠고 얻는 것도 많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고민 대신 행동하자’가 제 모토가 되었습니다.  

꿈으로만 간직했던 패션 디자인 수업을 듣기로 결정한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비디자인대 학생이 수업을 소화하기 쉽지 않고, 취업을 생각하면 경영 부전공이 훨씬 낫다는 주변의 우려가 많았습니다. 흔들렸지만 직접 행동해본 후 판단하고 싶었습니다. 기초를 쌓기 위해 3개월동안 고등학생이 다니는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며 소묘와 채색 연습을 했습니다. 실력이 월등한 어린 학생들을 보며 좌절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때의 경험은 새 발의 피일 정도로 패션 전공자와 경쟁하는 일은 훨씬 버거웠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뽑아내기 위해 매달 4권의 잡지를 구독해 보며 트렌드를 익히고 전시와 패션쇼를 보러 다녔습니다. 구두디자인 수업에서 영문과라는 정체성을 살려, 미국 하위문화를 주제로 컬렉션을 디자인했고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컬렉션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은 “너만의 스타일이 느껴져.”였습니다. 기술은 배워서 익힐 수 있지만 독특한 정체성은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때문에, 그 말이 다수와 다른 선택으로 겪은 시행착오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격려로 들렸습니다. 한 분야에 몰입해 본 경험은 인생에 큰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상황, 어떤 일에 처할지 모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행동하면서, 제가 쌓아온 경험이 언젠가 쓰일 것이라는 확신으로 임하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뭐가 제일 읽을 맛 나는가. 
1번, 이게 정말 학업 이외에 가장 열정적으로 일했던 일 중 하나인가? 싶다. 마지막을 보니.. 아 서비스 강화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 억지로 직무 맞춤형 스토리 골랐구나 싶다. 
2번, 빈티지 의류 판매 소재는 매력적이나 역시 MD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골랐구나.. 너무 주절주절. 뭐했고 뭐했고 뭐했다.. 구체적으로 쓴 건 좋은데 정리가 안 된 느낌. 
3번, 케이팝 스타 오디션 첨부터 재밌다. 떨어져도 즐겁다고?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인 복수 전공으로 넘어갔다. 오 그래 너는 뭘 시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구나! 참 재미있는 친구네. 

난 3번이 좋았다. 
여러분은 어떤가? 

사실 1,2,3번 모두 한 학생의 자소서다. 
본인도 첨삭을 받으며 새로 태어났다고 했다. 
1,2번을 썼다고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글을 써라. 그리고 잘 읽히는. 또 뭔가 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