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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래? 나도 그래!

1,500자를 쓰기 위해선 5,000자가 필요하다.

오후 10시 30분. 아끼는 후배의 전화.


"형 이거 여자친구 자소서인데.. 뭘 어떻게 손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 번 봐주실 수 있어요?"

"응 보내"

"죄송해요. 늦은 저녁에"


얼마나 급했길래 이시간에 카톡도 아니고 전화를 했을까, 그 마음이 자글 같아서(예뻐서) 얼른 컴터 카톡을 켰다.

문항을 전부 보내기도 미안하다고 하나만 보냈다. 모 홈쇼핑 MD 직무 지원서.


질문은 이랬다.

대학생활과 졸업이후를 포함하여,아래 경험 중에 본인이 가장 유사하게 활동한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작성하세요.

1.온, 오프라인 창업 후 사업운영 경험이 있는 자 

2.주요 Trend 및 상품에 대해 블로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자 

3.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분야의 도전 경험이 있는 자 

4.상기 경험 외에도 차별화된 활동 경험이 있는 자(1500자)

 

쉽지 않은 질문이다. 창업이나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면 1, 2번을 쓸 수 없고. 

특별한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면 3, 4번도 적을 게 없고...

그리고 자소서를 들여다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2, 3번 두 개에 대한 답변을 소제목으로 달고 썼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뭐지? 3번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돼...' 자세히 봤더니.. 6하원칙에서 2~3개 정도가 빠졌다-0-!

급히 써서 그런가?


아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최선을 다해 썼는데, 남이 읽으면 "응? 무슨 말이야 이게?"라는 시츄에이션이 나오는 상황.

왜 그런고? 하니, 처음부터 문장들을 너무 열심히 다듬으며 써서 그렇다. 머릿속엔 오만가지가 있는데 짧게 정리하려 하니 안되는 것.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네버! 빽스페이스를 누르지 말고! 친구에게 술먹으면서 설명하듯이 한 4천~5천자를 쓴다. 설명충처럼.

2)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식힌다. 혹은 한 숨 잔다.

3) 그리고 내 글을 다시 읽는다. 여기서 '아무리 봐도 내 글이 잘썼어'라는 생각이... 들 수가 없다.ㅋㅋ

4) 5천자 짜리 글에서 필요없는 내용과 조사들을 팍팍 쳐낸다.

5) 친구에게 피드백 받고 또 줄인다. 그렇게 천자를 만든다.  


천자를 쓰기위해 먼저 오천자를 써라. 그리고 말이 되도록 줄여라. 그게 맞다.